IR피칭 질의응답, 모르는 질문 받았을 때 얼버무리면 안 되는 이유
IR피칭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보통 발표 슬라이드와 오프닝 멘트인데요.
정작 투자 유치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은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에서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따로 있어요.
바로 정말로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입니다.

시장 규모 산출 근거, 경쟁사와의 세부 비교 수치, 특정 기술 규제 이슈처럼 준비 범위를 벗어난 질문은 반드시 나옵니다.
이때 많은 창업자가 본능적으로 이렇게 반응해요.
모른다고 말하면 평가가 떨어질 것 같아서,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는 거예요.
모르는 질문에 얼버무리면 벌어지는 일
질문에 답을 지어내거나 애매하게 말을 돌리는 순간, 투자자는 바로 알아챕니다.
이 업계에서 수십, 수백 개의 피칭을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한 가지 답변에서 얼버무림이 감지되면, 투자자의 평가 기준은 그 질문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혹시 이 부분도 숫자를 부풀린 건 아닐까?'
'앞에서 말한 다른 수치들도 다시 확인해야겠다.'
이렇게 방금 전까지 설득력 있게 들렸던 모든 내용이 한꺼번에 의심받기 시작해요.
모르는 질문 하나보다, 모른다는 걸 숨기려 한 태도가 훨씬 치명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얼버무림의 나쁜 예를 대사로 보면 이렇습니다.
"아 그 부분은... 저희가 다각도로 검토를 하고 있고,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답에는 숫자도, 근거도, 다음 행동도 없어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시간을 끄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모름을 인정하면서도 전문성을 지키는 답변 구조
모른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감점 요인이 아니에요.
문제는 모른다고 말한 다음이 비어있을 때 생깁니다.
그래서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세 단계 구조로 답하는 게 좋아요.
① 모른다는 사실을 짧고 담백하게 인정한다
② 왜 지금 그 부분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는지 판단 근거를 밝힌다
③ 언제, 어떻게 확인해서 답을 드리겠다는 구체적인 다음 행동을 제시한다
이 순서를 그대로 적용한 좋은 예는 이런 식이에요.
"그 수치는 현재 저희가 보유한 데이터로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아직 자체 리서치 단계가 그 부분까지는 미치지 못했어요.
이번 주 안에 관련 자료를 확인해서 다음 미팅 전까지 메일로 공유드리겠습니다."
모른다는 사실, 모르는 이유, 그리고 다음 행동까지 세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답하면 투자자는 오히려 이 창업자를 신뢰하기 시작해요.
모르는 걸 숨기지 않고, 확인 과정을 거쳐 책임 있게 답하는 태도가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과 이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즉흥 대응이 아니라 즉흥 구조가 필요한 이유
여기서 핵심은 질문의 내용을 미리 다 맞히는 게 아니라,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쓸 구조를 미리 외워두는 거예요.
피칭 준비 과정에서 예상 질문 리스트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보다 먼저 준비해야 하는 건,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쓸 세 문장짜리 답변 틀입니다.
이 틀만 몸에 익혀두면, 어떤 질문이 나오든 당황해서 말을 지어내는 상황은 피할 수 있어요.
질의응답 직전에 스스로 점검해보면 좋을 질문들도 정리해볼게요.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바로 "잘 모르겠습니다"로 끝내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모른다고 말한 뒤 이어갈 판단 근거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답을 전달할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그 약속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말하고 있는가?
투자자가 질의응답에서 진짜 보는 건 지식의 양이 아니라 모르는 상황을 다루는 태도예요.
완벽한 답보다 믿을 수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쪽이, 결국 더 오래가는 설득이 됩니다.
다음 피칭에서는 모르는 질문이 두려운 순간이 아니라, 신뢰를 보여줄 기회로 바뀌시길 응원할게요.
이미지 출처
Pexels · RDNE Stock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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